2009년 07월 13일
장기 무단침입 거주자들 발견
산에 있는 우리동네에도 괭이들은 꽤 많은 편인데, 도시의 길냥이들처럼 그리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시골 어르신들이 고양이에게 배타적이기 때문인것도 있겠고, 워낙 산이 넓다 보니 여기저기 종횡무진하는 고냥님들 보기가 쉽지 않다. 님님네 나오같은 경우는 정말 어쩌자고 마을 입구까지 내려와서 정류장 근처에서 빽빽 울어제꼈는지-_-; 신기할 따름
대부분의 길냥이 아니 산냥이는 보자마자 후다닥 휙휙일 뿐이고. 그나마 종종 눈에 띄는 것이 여기 나와있는 줄무늬 고양이(고등어라고 하는게 이건가)와 다음의 치즈 고양이.

뭘보냐옹

계속 보든지 말든지 난 봉다리 뒤적뒤적

좀 쉬었다 가겠다는데 불만있냐옹
대부분의 음식 쓰레기는 내 방 창문 밑의 수돗가에 내놓기 때문에, 새벽에 자다보면 부스럭 부스럭 우당탕 소리를 제법 듣는다. 내가 못들으면 우리집 개색히님이 알아서 듣고 짖어주시고-_-; 가끔 저렇게 방충망 너머로 디카를 들이대도 이젠 별로 경계도 하지 않고 도망도 치지 않는다. 너무 유유자적해 좀 보여서 얄밉다능.
그러다 두어달 전부터 뉴페이스가 마당에 입성했는데, 처음에는 예의 줄무늬 고양이인줄 알았는데 더 날씬하고 더 앳되어보인다. 고양이는 나름 좋아하지만 사실 이런 색깔의 줄무늬 고양이는 안이뻐라 하기 때문에(...) 그닥 관심은 두지 않았는데. 다만 모든 사람과 동물에게 자애로우시지만 유독 고양이한테는 까칠하신 울 엄마마마가 그녀석에게 먹이를 주려는 신기한 현상을 본게 전부일 뿐. (이제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었지만)
헌데 어제 비도 주륵주륵 내리는 아침부터 고양이 울음 소리가 날 깨우는거다. 그게 꼭 나오 구조할 때 들었던 소리인 거 같아서 (무시하려고 애썼는데 사흘 내내 그 자리에서 울어제끼던 나오 성깔 만세) 어디 어미잃은 아깽이라도 울고 있나 싶어 후다닥 뛰쳐나가 보았다. 아깽이는 아니고 성묘도 미묘하게 아닌, 사람으로 치면 딱 대학 새내기 같은 그 뉴페이스 고양이가 창고에 들어가겠답시고 창문으로 자꾸 점프하면서 울고 있었다. 예전에 시골로 이사오면서 애견 산업을 해보겠다고 부모님이 지으신 그 창고는 총 다섯칸으로, 칸마다 문과 창문이 달려있고 형광등에 보일러-_-까지 들어오게 만들어둔건데, 결국 지금은 소 사료와 짚 창고로 쓰고 있다(덤으로 과일주 숙성용).
생각해보니 가끔 사료준다고 문 열어두고 있으면 거기로 기어들어갔다 뛰쳐나오던 녀석도 저녀석 같아서, 저게 비가오니 창고에 들어가고 싶은건가 세들어(?)사는 주제에 니가 미쳤니 얘야 거기 창문 닫혔어 라고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다가갔다. 뭐가 그리 필사적인지 2미터 가까이까지 간격을 좁혀도 전혀 눈치도 못채더라. 1미터쯤 다가갔더니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ㅌㅌㅌ. 그리고 잠시 뒤에 또 애웅거리는 소리. 이번엔 창고 문앞에서 울고있는 중. 야 나도 공부좀 하자 그런다고 창고 문이 열릴것도 아니고 걍 지붕 밑에서 비 피하다가 가. 이러기를 몇 시간동안 계속 반복했는데, 이 녀석 지치지도 않는지 자꾸만 애웅거리면서 창문으로 들어가려고 기를 쓴다. 그 담번에 나갔을 때는 내 주먹 두개만한 두꺼비-_-랑 딱 붙어서사이좋게 창고 지붕 아래서 비를 피하는 중.
"고양아"
-애웅
"걍 거깄다가 가라"
-애웅~~~
"야옹"
-애웅~~~~~!
"야옹야옹"
-애웅~~ 애웅~~ 애웅~~~~~
이게 적당한 간격만 유지하면 도망도 가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우는 것이 뭔가 요상타 했을 즈음, 엄마에게 '쟤가 한번 창고에서 잤다가 맛들렸나봐' 라고 얘기를 꺼냈다가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저게 아마 새끼를 깠나보다"
"...응?"
"분명 저게 한달쯤 전에 임신을 했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배가 홀쭉하더라고. 근데 새끼를 어디다 깠는지 어미만 보이고 새끼가 안보여."
".......아니 그럼 창고 문을 열어줘야 하는거 아님?"
"...그른가?"
그 즈음 들리는 고양이의 우는 소리. 확실히 그렇게 들으니 그냥 우는 게 아니라 뭔가 북받쳐서 우는 듯한 절절한 목소리;
ㄱ-;;;;;;;;;;;;;;;;;;;;;;; 십라 진짜 창고에 새끼깠나. 아니 이 짚더미 창고중에 대체 어느거란 말이냐.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짚 썩게 창고 문을 다 열어둘 수도 없고. 엄마는 평소에 사료 줄때마다 창고에서 어슬렁거리니 사료 보관하는 5번 창고를 주장, 난 아까부터 창문으로 들어가려는 데가 3번이더라 3번 창고를 주장. 결국 두개를 다 열기로 쇼부보고 벽돌로 문을 지지시키고 돌아왔다.
그리고 약 10여분 뒤, 아까보다도 더 절절하게 우는 고양이 소리. 나가봤더니 바람 때문에 창고 문이 다 닫혀있었고, 고양이는 3번 창고 문 앞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야, 잘봐 문열어줄게 니 새끼 찾아봐. 알았지? 내 말을 알아들은건지 못알아들은건지 그 녀석은 터덜터덜 어디론가 걸어갔을 뿐이고, 이번에는 닫히지 않게 3번 창고와 5번 창고 문을 빼꼼히 열어놓고 돌아왔다.
...그 이후로는 울지 않더라.
진짜 새끼 깠나보다 ㄱ-... 고 생각하며 어젯밤은 평화로이 흘러갔다.
오늘 그 녀석이 3번 창고에서 나와서 또 어디론가 가는 걸 보고 혹시나 하며 젤 앞의 짚더미 하나를 헤집어 보기 전까지는-_-

.......니들 뭥미?!
엄마 얘 진짜 안면몰수하고 남의 창고에서 아니 남의 소 밥위에서 새끼를 낳은검미? 그야 이 장마철에 비바람도 안들어오고 보온도 되고 푹신하고 좋기는 하겠구나 장소선정은 탁월하네 근데 이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미 살은 오를대로 오른 토실토실한 녀석들-_- 황급히 디카들고 다시 가보니 네 마리가 아니라 다섯마리네. 엄마 그새 한마리 늘었어 이 일을 어쩌면 좋아.

한마리는 짚더미 사이로 푹 숨은 상태
엄마 닮은 줄무늬 세마리, 아빠인건지 걍 유전인건지 회색 두마리
(실수로 후레시 안끄고 찍었네 얘들아 미앙)

엄마 닮은 줄무늬 세마리, 아빠인건지 걍 유전인건지 회색 두마리
(실수로 후레시 안끄고 찍었네 얘들아 미앙)






사람은 처음 보는지 (하긴 나랑 엄마말고 볼일이 없;) 아님 어두컴컴한 창고에 있다 햇빛을 처음 봐서 그런건지 화들짝 놀라는 아깽이들. 자그마한 몸뚱이를 움직이며 나름 열심히 숨어보려고 짚더미 사이로 꼬물꼬물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ㅠㅠ. 아 얘네들을 진짜 어쩌면 좋아. 어떻게 이런 것들이 한 달이나 내 눈앞에서 살고 있었는데 전혀 모를수가 있는거지. 하긴 어제도 아깽이 있나 찾아보려고 창고를 열어봤지만 가득차 있는 짚더미 뿐이라 저어기 위쪽 구석에 어딘가 있겠지 뭐 하고 그냥 닫았었는데.

사람에게 조금 익숙해졌는지 다시 꼬물거리며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아깽이들















야 올라와바 별로 안무셔

마지막으로 보러 갔을 때 모습 (여전히 한마리는 구석에;)
그래 기왕 자리잡은거 잘 자고 무럭무럭 자라서 얼른 나가주렴-_-...
그래 기왕 자리잡은거 잘 자고 무럭무럭 자라서 얼른 나가주렴-_-...
사족 : 엄마는 어미냥이가 몸 푼거 보고 이 장마철에 새끼 간수하기도 힘들텐데 어디서 낳았을까 걱정해주셨다는데. 설마 그 새끼들이 엄마 눈앞에서 한 달이나 넘게 알짱거리고 있었을 줄이야-_-
사족2 : 고양이라면 아주아주 질색하는 우리 아빠가 보면 애기라도 당장 쫓겨날 판인데 (심지어 소 먹일 짚 위에서;). 하늘이 냥이를 도우신건지(?) 딱 저녀석들이 태어날 무렵 아빠는 다리에 깁스하셔서 지금 입원중이시라능;
고양이는 정말 영물인 것인가-_-...
# by | 2009/07/13 23:15 | 일상의편린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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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면 쥐나 벌레 잡아서 드릴 수도 있겠는걸요 :)
키우고 싶군요 이녀석들......냐하하
아버지 퇴원하시기 전에 엄마냥이가 좋은 새 집을 찾아야할텐데, 비가 이렇게 와서야ㅠㅠ...
장마가 빨리 그치면 쫓겨날 판이고 그렇다고 그치기 전에 아버지 퇴원하시면 그래도 쫓겨날 판이고OTL
지금은 어미만 가끔 먹을거 구하러 온답니다~ 이쁘게들 컸겠죠